김씨의 여권 표기는 이미 KIM으로 결정됐습니다
외교부 여권 통계 2024-10-31 기준으로 성씨 '김'은 KIM 99.55%·GIM 0.42%입니다. 김씨의 여권 표기는 이미 결정이 끝난 상태라고 보아야 합니다. 총 8,380,578건 가운데 GIM을 쓴 사람은 소수입니다. 어느 쪽이 옳으냐를 따지기 전에, 현실에서는 답이 하나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성씨를 규정 밖에 남겨 둔 한 문장
규정 쪽을 보면 모순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제3장 제4항은 인명을 다루면서 "인명은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 쓴다. 이름은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쓰는 것을 허용한다"고 정하고, 같은 항에서 "성의 표기는 따로 정한다"고 적어 두었습니다(국립국어원 어문규범, 확인 2026-09-05). 표기법이 일반 낱말에 적용하는 자음 규칙을 성씨에까지 강제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표기법의 자음 규칙을 그대로 밀면 GIM이 나온다는 사실과, 여권에서 KIM이 표준처럼 자리 잡은 현실이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습니다.
이 "따로 정한다"는 유보가 김씨 표기의 내력을 설명하는 열쇠입니다. 현행 규정은 문화체육관광부 고시 제2014-42호(2014-12-05)로 정리되어 있고, 가장 최근 손질은 같은 부의 고시 제2024-27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일부개정」(2024-05-23)입니다. 두 차례의 고시를 거치는 동안에도 성씨를 따로 정하겠다는 문장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성씨 표기의 별도 세칙이 채워지지 않은 자리를, 사람들이 실제로 써 온 철자가 대신 메운 셈입니다.
이 글의 예전 버전에는 어느 해에 어떤 표기 체계가 KIM을 낳았다는 연혁 서술이 있었지만, 확인할 수 있는 원문을 찾지 못해 삭제했습니다. 확인된 것은 위의 두 고시와 조문, 그리고 통계입니다.
제도가 굳힘을 확정한다
표기가 굳었다는 말은 통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권 로마자성명은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에 따라 국제민간항공기구의 관련 규정에 맞추어 수록되고, 이미 발급된 표기를 바꾸려면 같은 조 제2항이 위임한 변경 허용 요건에 해당해야 합니다. 그중 발음 불일치를 근거로 하는 1호에는 예외가 붙어 있어,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맞는 표기이거나 같은 한글성명을 가진 사람 중 외교부장관 고시 기준(50% 또는 1만 명) 이상이 쓰는 표기라면 변경이 되지 않습니다(외교부 여권안내, 확인 2026-09-05). KIM은 99.55%이므로 이 예외에 정면으로 걸립니다. 통계가 만든 다수 표기를 제도가 다시 고정해 주는 구조입니다.
모든 성씨가 김씨처럼 끝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김씨 이야기는 오히려 예외에 가깝습니다. 여권 통계에서 1위 표기 점유율을 뒤집어 본 분산도(1에서 1위 점유율을 뺀 값)로 성씨를 늘어놓으면, 사실상 답이 하나인 쪽과 아직 갈리는 쪽이 확연히 나뉩니다.
| 구분 | 성씨 | 표기 분포 |
|---|---|---|
| 굳어진 쪽 | 송 | SONG 99.76% |
| 굳어진 쪽 | 김 | KIM 99.55%·GIM 0.42% |
| 굳어진 쪽 | 한 | HAN 99.54% |
| 굳어진 쪽 | 오 | OH 99.41% |
| 갈리는 쪽 | 유 | YOO 39.16%·YU 35.79%·YOU 15.33% |
| 갈리는 쪽 | 정 | JUNG 46.13%·JEONG 42.48%·CHUNG 7.13% |
| 갈리는 쪽 | 윤 | YOON 49.4%·YUN 41.82%·YOUN 8.51% |
| 갈리는 쪽 | 조 | CHO 67.85%·JO 31.33% |
출처는 외교부 여권 로마자성명 통계 2024-10-31이며, 표는 저희가 성씨 20개의 1위 점유율을 계산해 양 극단만 뽑은 것입니다. '유'는 세 표기가 나뉘어 1위가 39.16%에 그칩니다. 이런 성씨에서는 김씨와 달리 "다수 표기를 따르면 된다"는 조언이 통하지 않습니다. 가족끼리 표기가 갈리는 사고도 김씨보다 이쪽에서 훨씬 자주 일어납니다.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가족의 성 철자를 맞추려는 경우 변경 허용 요건 3호가 열려 있지만, 이 요건은 성만 대상이고 이름은 바꿀 수 없습니다(외교부 여권안내, 확인 2026-09-05). 형제 중 한 명은 YOO, 한 명은 YU로 이미 발급받았다면 뒤늦게 맞추는 데 절차와 서류가 듭니다. 김씨 집안에서는 거의 겪지 않는 문제이지만, 위 표의 아래쪽 성씨라면 첫 여권을 만들 때 집안의 기준 철자를 먼저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그래서 KIM과 GIM의 대립은 실무에서는 논쟁이라기보다 이미 끝난 선택에 가깝습니다. 표기법을 공부하는 자리에서는 두 표기를 비교할 이유가 있지만, 여권을 만들거나 서류를 맞추는 자리에서는 다릅니다. 그 자리에서 필요한 것은 어느 쪽이 옳은가가 아니라, 내 가족과 내 기존 서류가 이미 어느 쪽을 쓰고 있는가입니다.
실무에서 할 일
- 이미 여권이 있다면 그 표기를 그대로 씁니다. 외교부는 여권을 다시 발급받는 경우에도 로마자성명은 이전과 동일하게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안내합니다.
- 가족 중 먼저 여권을 만든 사람이 있으면 그 철자에 맞춥니다. 가족 사이에 성 철자가 갈리면 서류 대조에서 설명할 일이 늘어납니다.
- 처음 만드는 여권이라면 통계상 1위 표기를 기본값으로 두고, 다른 철자를 고를 이유가 있는지만 따져 봅니다.
- 이미 발급된 여권의 표기를 바꾸려면 여권법 시행령이 정한 변경 허용 요건에 해당해야 합니다. 취향은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 영문 서류에 GIM으로 적힌 기록과 KIM으로 적힌 기록이 섞여 있다면, 어느 쪽을 기준으로 볼지 각 기관에 직접 확인하고 여권 사본을 함께 제시합니다.
자세한 기준은 정본 가이드에
성씨 20개의 표기 점유율 표, 실제로 고를 여지가 있는 성씨, 가족 통일 기준은 정본 가이드에 모아 두었습니다. 김씨 말고 다른 성씨의 분포가 궁금하시다면 그쪽을 보시는 편이 빠릅니다.
